테헤란 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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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희 글

이란을 사랑한 여자,

그리고 테헤란과 서울 사이

우리에겐 아직 낯설기만 한 나라 ‘이란’을 소개하고픈 여자가 있다. 그녀는 그곳에서 꾹꾹 담아 온 이야기들을 이제 막 한 권의 책으로 풀어냈다. 테헤란과 서울, 그 사이를 잇는 ‘테헤란 나이트’에 귀를 기울여 보자.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아름다운 나라, 이란과의 꿈같은 대화에 당신을 초대한다. 

『테헤란 나이트: 이란을 사랑한 여자』는 테헤란과 서울을 오가며 두 나라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한 서울아가씨가 ‘이란’이라는 나라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소소하고 담백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한 나라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생활과 문화를 체득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듯 저자는 이란 속으로 들어가 우리가 갖고 있는 편견과 오해를 바로잡기 시작한다. 

저자가 현지에서 생활하며 체감한 이란만의 사회적, 문화적 관습을 하나씩 알아갈수록 한없이 낯설어 이질감마저 느껴지던 이란이 어느새 보다 친근한 이웃으로 다가서 있을 것이다. 이란에 대해 갖고 있는 우리의 편견과 오해를 이 책으로 조금이나마 상쇄시킬 수 있길 바란다는 저자는, 자신의 전공인 이란어를 더욱 깊게 공부하면서 현재 대학원에서 모자란 부분을 채우고 있다. 

목차

비터, 이란 가다 


이란, 처도르를 벗다 

쌀롬! 테헤란 
이란은 아랍이 아닌데요 
낯선 친구, 테헤란 


이란에 가면 이란법을 따르라 

일부다처제, 그리고 코란 
“거벨 나더레” 
오! 나의 루싸리 
제시카 알바를 보았다 
“아게 테러픽 나버쉐” 
압구정 날라리? 니여바런 날라리! 


이란을 맛보다 

이란 사람들은 뭘 먹고 살지? 
나를 살린 8할은 눈 
달콤한 마법, 쉬리니 
된장녀가 되어도 좋아 
나의 단골집을 소개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소서노가 된 까닭 
아저씨, 죄송해요 
두 번의 행운, 두 배의 행복 


테헤란의 이방인은 외롭지 않다 

테헤란판 가십걸 
메흐무니 狂 싸저드 
엄친딸 누쉰이 사는 법 
테헤란 엄마와 서울 딸 


테헤란을 걷다 보면… 

우리 동네 작은 공원 
골목 안에서 더 빛나는 공간 
쇼퍼홀릭 인 테헤란 
비터의 보물창고 


코더 허페즈! 테헤란

[책 속으로]

짐을 비워야 할 필요가 있었다. 가방 안을 모두 비우고 다시 꼭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나누었다. 한 시간의 고민 끝에 이란에서 꼭 필요한 짐만 추려내어 다시 가지런히 담았다. 그렇게 좀 더 가벼운 가방과 함께 가벼운 마음을 갖고 이란으로 떠날 수 있었다. 적당히 비운다는 것의 필요성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이란행 비행기 안에서 다짐한 것이 하나 있었다. 가벼워진 가방을 생각하며 내 머릿속과 내 마음도 비우자는 것이었다. 새로운 것들을 많이 담아오기 위해선 넘쳐흐르는 생각과 고민을 비워야 할 필요가 있었다. - 13p

처음에 나는 검은색이나 흰색 등 차분하고 무난한 색상의 루싸리를 즐겨 썼다. 재미있는 것은 이란에서 소위 ‘조금 노는 언니’를 구별하는 것도, 이 ‘루싸리를 어떻게 썼는가’로 구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역시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다 똑같나 보다. 복장규율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엄격한 이란에서도 어떻게든 규율을 조금씩 어겨가며 한껏 멋을 부리는 데 열심인 젊은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내가 중학생 때인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뽕머리’라는 것이 유행했을 때가 있었다. 정수리 부분의 머리카락을 한껏 띄워 볼륨을 주고 머리 전체를 볼록한 모양으로 만드는 스타일이었는데 그 뽕이 클수록 소위 노는 언니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신기하게 이란 역시 그렇다. 그녀들은 어떻게 하면 머리카락을 조금 더 루싸리 앞으로 낼까를 치열하게 연구한다. 그래서 루싸리 바깥으로 앞머리를 내거나, 루싸리를 아슬아슬하게 머리 뒤쪽에 살짝 걸쳐 두기도 한다. - 56p

특히 테헤란의 중심부는 교통체증을 넘어선 그야말로 ‘혼돈의 거리’다. 뒤엉킨 차들은 삼차선 도로에서 사차선으로 달린다. 그리고 실타래 같이 얼기설기 얽힌 골목길이 많은 이란에선 같은 목적지로 향하는 길이 적어도 열 개 이상은 된다. 베테랑 기사아저씨들이 운전하는 택시를 타면 골목골목 외우기도 힘들어 보이는 길을 익숙하게 헤집고 다니는 운전실력에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운 좋게 베테랑 기사아저씨의 택시를 잡아타는 날에는 목적지에 조금 더 빨리 도착할 수도 있다. 아마 이란인들은 이러한 현지 사정상 대부분 베스트 드라이버일 것이다. 이처럼 베테랑 기사들이 많은 이란이지만 출퇴근 시간엔 어떤 길을 택하든 예외 없이 막힌다. 10분 거리를 한 시간이 걸려서 도착할 때도 있었다.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테헤란의 교통지옥, 그 도로 한가운데가 가끔 생각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숨부터 턱 막힌다. - 76p 

정제희

1987년 봄이 오기 전에 태어나 20대의 문턱에서 ‘이란’과 만났다. 이란과의 낯선 만남이 주는 설렘에 마음을 뺏겨 한국외국어대학교 이란어학과에 진학했다. 졸업 후, 현재 동 대학 대학원에서 아직 모자란 부분을 채우며, 통역‧작가 등 다양한 활동을 병행하면서 서울과 테헤란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